그땐 그랬지

일상다반사 2018. 10. 29. 08:52 Posted by 푸른도시

 


이것 저것 정리하다 저 사진들이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미국 출장이 생각났다.

당시 처음으로 나온 디지털 카메라를 일본 동료가 막 찍어대면서 얻은 사진이다.

입사하고 처음 출장이었는데, 뜬금없이 미국을 갔다 오라신다. 그것도 2주동안 교육을 받고 자격을 따오랍신다.

난, 영어도 못하는데? 떠듬 떠듬 알아먹긴 하지만 영어로 이야기할 자신도 없는데.... 후덜덜...

그래도 가라신다.

뭐, 까라면 까야지.. 말단이 무슨 힘이... 쿨럭.

출장을 가기로 결정이 되었는데, 또 일이 터진다. 매니저가 날자를 착각한거였다. 결국 이틀전에 이걸 알게 되었고 미국행 비행기표는 이미 구할 수 없는 상태... 이성을 잃은 매니저는 본부장방으로 뛰어 들어가시고, 몇번의 호통 소리가 들린후에 풀죽은 매니저는 나오셔서 어쩔 수 없으니 일등석이라도 구해보라신다.

결국 난생 처음으로 일등석 티켓을 들고 미국행. 

당시 기억으로는 2월인가 그런듯했다. 미국의 JFK 공항에 도착해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공항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데... 추워서라기보다 정말 떨려서 덜덜덜 떨면서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편명을 시각으로 잘못알아서 결국 첫번째 항공편은 놓치고, 물어물어 다음 항공편으로 호텔에 도착.

당시 운전면허가 없어서 연구소까지 갈일이 까마득했으나 일단 침대로...가 아니라 저녁을 먹어야 한다.

마침 치약도 사야하고. 나는 호텔에 일회용같은게 있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없었다. 결국 근처에 편의저이나 슈퍼같은게 있냐고 로비에 문의를 했더니... 세상에 지역 지도를 펼친다.

여기가 호텔이고 마트는 여어기에 있단다. 걸어서 갈수 있냐고 물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로도 20분 이상 걸린단다.

컥!

결국 택시를 불러달라고 기다렸다가 마트에 도착.

마트, 서점, 식당 대부분이 있는 상점가 군락이었다.

마트에서 달랑 치약하나 사서는 배가 고파진다.

두리번 거리다가 식당인듯한곳에 들어가서 앉으니 잘생긴 점원이 메뉴판을 준다. 뭘 먹어야 할지 결론을 못내리는도중에 선배가 이야기하던게 생각이 났다. 모르겠으면 오늘의 스페셜이 뭐냐고 물어보라고. 

오늘의 스페셜이 뭐냐고 물으니 티본스테이크란다. 그래, 이건 내가 아는거야. 주문을 하고 덤으로 맥주도 한잔.

맥주를 마시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거대한 볼에 가득한 샐러드를 준다. 샐러드 먹다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이어서 나온 티본 스테이크. 역시 거대하다....

먹다 먹다 힘들어서 더 먹는걸 포기하는 찰나, 점원이 와서 뭐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뭔지 몰라서 그냥 Yes.

포장해준단 소리였다. 이뿌게도 포장을 해주시더라... 택시를 부탁하고 따뜻한 포장된 남은 고기를 들고 호텔로 복귀.

복도에 있는 자판기에서 맥주를 사서 남은 고기를 다시 먹었다.

온돌에 익숙한 나로서는 호텔방이 좀 추웠던 기억이 난다.

아직까지 기억나지만 아침 메뉴에 같이 나온 순수 오렌지 쥬스는 난생 처음 먹어보는 정말 신선한 맛이었다.

셔틀 시간을 알아내서 IBM 연구소 도착... 

다행히 클래스에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일본 동료들이 있어서 얻어타기로 하였고 덕분에 2주동안 신세를 졌다.

나중에 거하게 저녁을 사느라 털리긴 했지만 덕분에 편하게 다녔었다.

2주간 교육과 함께 마지막에는 시험도 치고 열심히 공부한덕에 시험을 패스하고 강사 자격증 취득~

실제 교육 받은 사람들중에 자격증 못받은 사람도 몇몇 있었다. 이분들은 차후에 재교육을 받아야 한단다. 한번에 패스해서 다행이었다.

강사분은 강의할때 영어를 잘 안쓰는 나라들을 감안해서 인지 천천히 또박 또박 설명을 해주셨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발음 교육을 따로 받는다고 하신다.

그때 강사님이 저 사진의 맨 오른쪽에 있는 멋진 턱수염을 아저씨이다.

벌써 20년이 흘렀네...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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