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있니 나나야

일상다반사 2019. 1. 25. 10:57 Posted by 푸른도시

8년전, 일본에서 사는 동생이 어느날 영구 귀국을 한단다.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을 들어오는데, 한국집에는 부모님도 계시고 해서 같이 살던 냥냥이 나나를 어째야 할지를 고민했다.

어차피 두분이나 계시니 3이 되어도 별 상관은 없으니 우리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따로 나오는집을 구할때까지 임보해달란소리였지만 그 뒤로 계속 살게될줄이야.

첫날은 까칠한 큰넘이 또 데려왔냐면서 화를 냈지만 둘째 데려올때보다는 며칠가지 않았다. 오히려 나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일본에서 힘들게 날라와서 어디 탈이나 나지 않았나 했지만 별탈없이 잘 있어줬다.

먹성이 좋아서 밥달라고 때 되면 난리를 치는게 미워서 야단을 치기도 해봤지만 나나는 그냥 개무시. 밥 줄때까지 난리피우는게 일상이었다. 덕분에 뚱땡이는 8kg에 육박을 해버려서 이거 어디 나빠지는게 아닌가 하고 한때 걱정도 했다.


제일 힘든건 목욕을 하거나 싫은게 있으면 발작처럼 꺽꺽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 목욕 시키고 그럴때 붙잡고 한참을 운적이 있다. 

그러다 밥보고 벌떡 일어나서 멀쩡해질때 어찌나 황당하던지.... 결국 일본의 지 형아한테 물어봤더니 원래 그런다고 하길래 한참 화를 냈다. 짜샤~! 그럼 그렇다고 미리 이야길 했었야지. 간떨어질뻔했네.

이후에는 뭐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걍 씻겨버리고 이후에 부들부들 할때는 밥만 주면 멀쩡해지는 일상이었다.

나나는 과일을 좋아했다....

딸기도 잘먹었고, 참외도 잘먹었고, 멜론을 특히 좋아했다. 약간 달달한 과일은 미친듯이 먹어주시는 먹성을 자랑하셨다.

폭신폭신한 이불을 좋아했고, 유달리 꾹꾹이도 좋아했다.

낯을 가리지 않아서 집에 누가와도 달려가서 인사를 하고, 다가가서 비비기도 했다. 거의 1년에 한번 오시는 기름집 아저씨가 '오늘은 노란놈이 안보이네요'라고 하실때 목이 메어서 죽는줄 알았다... '인제 없어요...'

제일 튼튼하게 생겼지만 감기에 너무 자주 걸려서 감기를 달고 살았다.

제주까지 와서 익숙치 않은 환경이어서 적응을 못했던가 싶기도 하는 생각도 하고....


나나는 딱 나랑 7년을 살고 떠났다. 7월7일생이라서 일본어로 '나나'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나랑 7년밖에 못있으니 그 이름이었던건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추억은 가슴속에 묻는다지만... 가족을 잃는다는건 추억이 아니다. 가슴속 한구석의 멍어리가 되어버리는거다.

그 멍어리는 간혹 아파온다. 아픔을 잊고 살다가 어느날인가 그 부위가 쓰라려오는거다. 아무 이유없이....


많은 후회를 남기고 떠나간 아이를 생각해봐야 어쩔 수 없지만...

보고 싶은거도 사실이다....


나나야.. 잘있니?

아버지가 잘 있다고 이야기 해주러 오셨을때 같이 데리고 와주셔서 정말 반갑더구나.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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