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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일상다반사 2019. 7. 7. 07:36 Posted by 푸른도시

할머니 할아버지의 묘소를 2번이나 이장을 했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자손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편히 쉬지 못하게 한거다. 자손이 잘 안되면 그 병신같은 자손들을 탓해야지 왜 부모님을 탓한걸까? 하여간 아버지와 나는 반대를 했고, 삼촌과 고모들은 옮겨야 한다고 해서 이장이 진행이 되었다.

이후에 아버지는 몸도 안좋으시고 온화하시고 말도 별로 없으신 성격이었던지라 그에 대해서는 별 말씀을 안하셨다. 목소리큰 작은 아버지만 연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를 외치셨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전세로 살던집에 재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닥 멀리 이사가기도 귀찮고 조금만 전세금을 올려달래서 그러겠노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미안하다면서 오래된집 도배를 다시해주겠다고 하셨다. 

결국 동생들을 불러다가 짐을 전부 복도로 꺼내고 도배를 진행하는 거의 이사급이 되어버렸다. 짐을 다시 넣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아버지셨다. 반가운 마음에 웬일로 전화하셨냐고 물으려는 찰나 아버지가 긴 한숨과 함께 한마디 하셨다.

"너그 할머니... 또 이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화기 너머의 흐느낌 소리.

피가 꺼꾸로 솟는다는 감각을 그때 알았다. 3번째 이장은 극구반대를 했지만 그래도 목소리 큰 작은 아버지의 진두로 이장이 진행되어버린거였다. 아버지는 그래도 장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 반대를 하셨지만 결국 이장이 진행되어버린거다.

난리가 났다. 나는 부산으로 내려가서 다 죽여버린다는둥 고래 고래 욕과 함께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마나님은 내게 매달리면서 그러면 안된다고 부여잡았다.

결국 마루에 주저앉아서 불쌍한 우리 아버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되내면서 펑펑 울었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떠나시고, 그 뒤에 우리 아버지가 우신건 처음 들었다. 우리 아버지를 울린 다른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고 그래도 장남으로서 집안을 대표하시기에 나는 아들로서 참았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제사와. 나중에 이어진 어머니의 제사에도 아버지를 제관으로 모셨고, 나는 그냥 제삿상이나 차리고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적어도 아버지가 계신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던 거다.

 

그 뒤에...

아버지가 떠나신 장례장에서 결국 참아오던 인내는 터져버렸다. 아니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왜 아버지를 선산에 모시지 않느냐는 어른들의 말씀에도 막무가내였다. 적어도 나는 아버지가 편히 쉬시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이장되는걸 절대 겪으시게 두지 않겠노라고. 선산? 어디가 선산인데? 작은 아버지랑 사촌이 다 팔아먹고 남아 있지도 않은 산의 어디가 선산인데? 그때도 소리를 질렀다. 자손이 안되어서 이장을? 누차 말하지만 그 자손이 병신같은거지 왜 조상탓을 하냐고. 왜 쉬시지도 못하게 이장을 해대냐고.

누나들에게는 미리 언질을 뒀었다. 내가 욕듣고 내가 소리지를 터이니 누나들은 저 고집불통을 말릴수가 없었노라고 그냥 한발 뒤에 물러나 있으시라고. 결국 내가 소리를 지르고 모든건 내가 결정을 한것처럼 되었다.

적어도... 아버지랑 어머니는 부산 추모공원 한구석에 같이 모시게 되었다.

누나들도 언제든 보고 싶을 때 갈 수 있고, 그래도 나는 마지막 고향이라는 부산에 갈때마다 뵈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왜 당신들의 고향으로 모시지 않았느냐고들 하지만, 이제 거기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은 없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냥 내가 뫼시고 살테다.....

요즘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문득 문득 아버지 어머니가 미칠듯이 보고 싶을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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