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이야기 2023. 7. 12. 11:16 Posted by 푸른도시

오래전 영화관에서 영웅본색을 볼때, 당시에는 상영시간 따위는 별 개의치 않았다. 표를 샀으면 그냥 바로 들어가는거다. 들어가는 순간 마지막 부분이었다. 장국영이 분한 자걸이 적룡이 분한 자호에게 총을 건네고. 그 총을 들어서 이자웅을 쏴죽이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총을 쏘자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치고 난리였다. 내용을 모르는 친구들과 우리로서는 악당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는데 환호를 하냐는둥 수군거렸다. 이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몇분뒤 영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한참을 보다 마지막 장면이 다시 나오는데, 우리도 박수치면서 환호했다. 그런거다.

영화란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걸 볼 수 있기에 카타르시스를 남기는거다. 뭔가 시원한 감정을 주기도 하고, 감동과 기쁨을 주기도 할 수 있다. 현실에선 말도 안되지만 영화기에 그걸 실현화 시키는거다.
간혹 영화중에 시작할때나 끝날때 이런 문구가 화면에 나오기도 한다. '이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라고. 이건 실화에 영감을 얻거나 실화의 내용을 재구성해서 만든 작품인거다.
그런걸 가끔 볼때 드는 생각은 우야튼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잘된 케이스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실화에 바탕을 했지만 결과가 우울하면 영화보고 나서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거다. 괜히 돈내고 봤다는 생각도 들고.. 현실이 개떡같다는걸 다시 느끼게 해줘서 고마운데, 그 고마움을 어따가 풀수 없으니 더 답답해지만 하는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암울한 현실따위 이야기 할거면 그냥 다큐멘터리로 만들라고. 그러면 사실 그대로 전달 할 수 있지 않나. 암울한 현실을 고발 할수도 있고 경각심을 줄수도 있고. 상업영화 따위 결말을 고따구로 만들거면 차라리 만들지 말라는게 내 생각이다. 
내용도 맘에 들긴 하지만 너무나도 후원하고 싶어서 펀딩에 참여했던 26년은 보고 나서 나오면서 다들 욕하더라. 그래, 현실이 개떡같은거 알어. 하지만 마지막에 그래도 잘산다는 영상을 굳이 넣었어야 했냐고. 걍 애매한 엔딩으로 그래도 성공했지 않았을까 하는 실날같은 희망따윈 개나 줘버리는 그딴 결말을 만들었다는게 너무나 열불이 났던거다. 펀딩에 참여했다고 시사회를 간거였고 시사회라 12시 다되어서 상영이 끝났지만 사람들은 다들 주변의 술집으로 들어갔었다. 다들 열받아서 제정신으로는 집에 못가겠다면서.
현실에서는 종종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영화로 제작하기 딱 좋은 소재가 현실의 이야기이고, 이를 각색하면 나름 한편을 만들어낼 수 있는건 사실이다. 앞에서 차라리 다큐를 만들라고 하지만 그래도 현실의 역사적 사실로 잘 만들어서 나름 감동을 안겨주는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26년의 경우처럼 더럽고 치사한 현실을 꼭 마무리에서 보여주는 영화는 보고나면 기분이 상당히 더럽다. 이전에 더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봤을때 그러했다. 레오나르도 아저씨의 연기? 끝내줬다. 마고로비? 이뻤다. 그래, 다 좋았다. 마지막에 엔딩에서 사기치던 새끼는 지금도 잘산다는 굳이 안넣어도 되는 영상 보기 전까지는.
더 글로리나 사냥개들을 보면서 느낀건 이런거다.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통쾌함을 보여주었기에 나는 마음에 드는거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개떡같은게 현재이다. 때문에 현실에서의 답답함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통쾌하게 보여주길 바라는거다. 굳이 주인공이 개고생하고 시달리고.. 이건 우리가 현실에서 너무나도 많이 겪는거니 굳이 안보여줘도 된다. 사냥개들의 건우처럼 원펀치 쓰리 강냉이나 보여달라고. 너무 현실이 팍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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