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의사의 글

일상다반사 2014. 6. 17. 15:23 Posted by 푸른도시

나는 ‘벨커’라는 이름의 10 살짜리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를 검사하게 되었다.
벨커의 주인인 론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들의 6살난 아들 셰인은 모두 벨커를 아주 아꼈고 부디 좋은 소식이 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벨커를 검사해본 결과, 벨커는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벨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는 설명과 함께 그들의 집에서 안락사를 시행하는 것을 권유했다.  

안락사 일정이 잡히고 나자, 론과 리사는 내게 6살짜리 아들 셰인이 시술을 지켜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이 이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다음날, 시술을 위해 가족들이 벨커 주변에 모였을 때 난 언제나처럼 목에 뭔가 울컥 차오른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벨커를 쓰다듬는 셰인은 너무나 차분해보여서, 나는 이 어린아이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걸까 싶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벨커는 평화롭게 잠들었고, 셰인은 벨커가 떠났다는 걸 어려움이나 혼란 없이 받아들였다.

우리는 한동안 함께 앉아 벨커의 죽음을 기리며 왜 반려동물들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그토록 짧은지 모르겠다는 말을 나눴다.

그러자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셰인이 말했다. “전 왜 그런지 알아요.” 아이가 듣고 있는 줄도 몰랐던 우리 어른들은 깜짝 놀라 셰인을 돌아보았다.

이어진 셰인의 설명에 나는 깜짝 놀라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위안이 되는 설명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은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 수 있는지 배우려고 태어나는 거에요.

어떻게 하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지를 배우려고요. 그렇죠? 근데 개들은 원래 다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처럼 오랫동안 있을 필요가 없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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