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도

일상다반사 2018. 11. 27. 09:26 Posted by 푸른도시


2003년 6월 17일.

우리 도도가 식구가 된날이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한때 구토를 하고 심한적이 한번있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별탈 없이 건강히 잘 살아줬다. 너무 고맙다.

이번에 병원을 바꾸면서 도도도 이제는 건강검진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데려갔는데.. 신부전 초기 진단을 받았다.

관리가 필요하고 심한 경우에는 수액을 맞고 살아야 한단다. 


이후에 약과 함께 먹는것도 전부 신부전 전용 저단백질 사료로 바꿔주었다.

약은 처음에는 한알이었는데, 수치가 계속 바뀌면서 두알 세알 이렇게 바뀌더니 결국 네알을 아침저녁으로 먹어야 하게 되었다.

원래 까탈스러운 성격이었던지라 밥에 섞어주는걸로는 절대 먹지 않는다.

결국 강제 투약.

손가락을 물려가면서 매일 약을 먹여봤는데...

이제는 약이랑 물이 들어간 주사만 봐도 도망을 간다. 처음에는 그래도 입을 벌려주었는데.. 지금은 절대 입을 벌리지 않겠다는 집요함을...

다행히 약이 넘어간날은 괜찮지만 잘못해서 씹어서 터진날에는 쓴 약때문에 입에 거품을 물고 도망을 간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닌지 밤새 울기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화도 내보고 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그렇게 2주 정도를 지내곤 다시 병원을 갔는데, 그닥 수치가 변화가 없다.

의사 선생님은 수액을 주사하여 관리하던가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적어도 수치를 조정하면 사람으로서는 몇달이지만 동물로서는 몇년에 해당하는 나날을 더 보낼 수 있다고 하시면서.

하지만 체리처럼 약을 먹고 나아질 수 있는것도 아니고 단순히 수치의 변동을 유지해주는 것과 함께 단순 연장밖에는 안되는것이다.


일하면서 아무생각없이 망치를 휘두르다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생각났다. 작년 11월에 쓰러지신걸 응급실에서 회복시켜서 결국 올 7월에 떠나시게되었다.

당시 내가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었던건 사실이지만 누님들도 지금 후회 하시는게 작년에 우리가 붙들지 말았어야 했던게 아닐까 하셨다.

자식들로서는 1시간이라도 더 계셔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당신께서는 너무나 힘들게 시간을 보내셨던게 아닌가 하는 아픔이 있다.


그 생각이 나니 집에 와서 도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든 생각이다.

힘들게 약을 먹어야 하고, 맛있는건 전부 동생이 먹고 맛없는 저단백 사료를 먹고... 요즘은 이제 다시 저단백 사료가 물렸는지 쳐다도 보질 않는다.

그렇게 힘들게 시간을 연장하면 무엇하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님께 이야기하고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15년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준것만으로도 고맙다. 당장일지, 몇년더 같이 있어줄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에는 괴롭게 약먹고 맛없는 사료만 먹느니 남아 있는 시간동안 맛있는것 먹고 스트레스 없이 있다가면 안될까 하고....

며칠 마나님은 고민을 하시다가 동의를 해주셨다. 아마도 2월에 떠난 나나 생각도 많이 났으리라.


지금은 집에 전기장판과 보일러를 마구 틀고 있다.

혹시나 추울까봐, 혹시나 편안하지 못할까봐....

즐겨먹는 맛있는 사료도 다시 주문을 했다.


도도야...

언젠지 모르지만 나나를 만나러 가는 그때까지는 마음 편하게 있다가라.

넌 우리의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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