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수재민

일상다반사 2024. 6. 30. 15:09 Posted by 푸른도시

요즘 장마가 시작되니 오래전 물난리 나서 수재민 된게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살다가온 아파트는 대출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처음 구입한 아파트였다.

그래서 처음에 인테리어고 뭐고 무진장 많이 했었다. 그만큼 애착은 많았지만 서울을 떠나오면서 빠이 빠이 한거도 사실이다. 뭐, 각설하고... 이 아파트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서 우리는 수재민이 되고 만다.

 

일정에 기록해놓은걸로는 2006년 2월에 우리는 이사를 한다. 그리고 양평동 물난리는 6월에 발생을 한다. 거의 들어가자 마자 수재민이 된거다.

 

대략적으로 보자면 위의 지도상에서 보듯이 선유도역 공사 때문에 양평교쪽에 제방을 쌓고 공사를 한거였다. 하지만 안양천 물이 쏟아지는 폭우로 이 제방을 넘어서 흐르게 되었고, 이 일대는 전부 물에 잠기면서 난리가 난다.

 

이때 기사다.

 

[르포] `수상도시'로 변해버린 영등포 양평2동 (hani.co.kr)

 

[르포] `수상도시'로 변해버린 영등포 양평2동

16일 집중 폭우로 불어난 안양천 물이 유입돼 침수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일대 주택가는 `수상도시'를 방불케 했다. 주민들이 일찌감치 대피해 인적이 끊긴 안양천 인근 골목길은 역류한 흙탕

www.hani.co.kr

 

지도상으로 다시 이야기 하자면 제도상에 위쪽에 한솔아파트가 위치한다. 거기에 살던거였는데.. 상황이 안좋아지니 아파트에서 방송이 나왔다. 아무래도 심상찮으니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신분들은 다른곳으로 이동하라고.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2월달에 이사를 가서 근방에 뭐가 있는지도 말 모르고 하던때라 일단 차를 빼라고 하니 차를 뺀다고 나갔다. 한솔아파트에서 양평교 방향으로 차를 몰면서 어디다 어떻게 주차를 해야 하나 궁리하던 와중에 소리가 나면서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야 하나 하던 참이라 양평교를 뒤로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 고함에 쳐다본 백미러에서는 인디아나 존스가 상양되고 있었다. 말그대로 물밀듯이 아니라 그냥 물이 막 쳐들어 오는거였다.

 

차를 열나 밟았다. 나름 빠르게 달린다고 달렸지만 물속도가 더 빨라서 차는 그냥 물에 잠기고 차량옆 차창밖으로는 물이 넘실거리는게 보였다. 그대 줏어들은 지식은 물속이라도 절대 차를 멈추지 않으면 엔진이 꺼지지 않는다는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물이 차올라오는 차에서 그냥 계속 엑셀을 밟고 나아갔다.

 

아파트를 지나쳐서 노들길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올라가니 거기에 사람들이 올려놓은 차가 수두룩 이었다. 나도 거기서 공간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차는 나중에 비가 그치면 확인해보기로 하고 집으로 갔더니... 전기가 나갔다. 우리집은 8층이었는데,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기가 나가고 가스도 나가고 전부 다 나갔다. TV로 무슨 소식도 알 수가 없었고, 물을 끓일수도 없게 되었다. 마침 이사올때 휴대용 가스렌지는 오래되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자고 버렸던 상황이었다. 전기야 뭐 그냥 촛불 겨고 앉아 있는다 쳐도 물은 끓이기라도 해야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여전히 내리고 있으니 우산은 필요가 없을듯하고, 판쵸우의 있는걸 찾아서 입었다. 그리고 배낭을 짊어지고 휴대용 가스렌지를 구입하러 여행(?)을 떠났다. 키가 작은편이 아닌(178cm) 데도 내 무릎까지 찰랑이는 물을 헤치고 동네를 헤매었다. 하지만 난리가 난리니 만큼 가스렌지는 커녕 부탄 가스도 하나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평역까지 열심히 가서 앙평역을 지나서 겨우 한군데서 가스렌지와 부탄 가스를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짓이기는 했다. 무릎까지 오는 흙탕물속에 맨홀 뚜껑이 열려있거나 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여픈 무사히 집으로 도착했고, 따뜻한 물이라도 마실 수가 있었다

 

악몽같은 시간이 지나고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니 다음날 나서는데, 주민센터에서 나왔다고 쌀 한봉지랑 부탄가스 2개를 준다. 진짜 수재민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 그래도 주는게 어디냐...

 

차에 가서 보니 혹시나 했지만 물에 반이나 잠기는 침수 사태를 겪고 난뒤인지라 시동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되는게 당연했다. 견인을 예약하니 좀 걸린다고 해서 가까운 정비 공장으로 부탁하고 출근을 했다.

 

물이 전부 빠지는데는 며칠 걸렸었다. 그게 다 빠지고 난뒤에 전기랑 가스는 복구가 되었고.. 한 이틀인가? 그 동안은 촛불과 부탄 가스로 연명했었다.

 

참... 나도 벼라별걸 다 해봤다... 아현동 가스 폭발 현장에도 있었고....

 

뭐, 그러고 보니 벌써 한 20년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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