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생신일날 못간게 죄송해서 주말을 맞아 아버지나 뵈려고 부산을 갔다. 어머니가 떠나시고 눈물만 느셨는지 도착해서 손을 쥐고 또 하염없이 우신다. 드시고 싶은거 사드리겠다니 초밥이 드시고프다고 하셔서 모시고 가서 초밥도 사드리고 구경도 하고 왔다.
큰누님이 구두 수선을 맡겼는데 목욕탕앞의 구두수선집에서 좀 찾아달라고 하셨다.
휘적 휘적 걸어가서 보니 한분이 앉아서 수선을 하고 계셨다. 구두 찾으러 왔노라고 했더니 말없이 앞의 슬리퍼를 가리킨다. 아뇨, 구두를 닦으러 온게 아니라 구두 수선 맡긴거 찾으러왔어요. 라고 하자 '어어'라는 소리만 내시면서 연신 슬리퍼를 가리키신다. 아, 이분이 불편하신부분이 있으시구나란 생각에 상세하고도 천천히 다시 말씀을 드렸다. 구두 바닥 수선 맡긴거 찾으러왔다고 천천히 말씀드리자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들고 있는 구두를 가리키신다. 아, 작업하고 계셨구나. 기다리겠다고 한뒤에 한켠에 서 있는데...
바닥 밑창을 붙이고 부착 작업을 하고 계셨던지 이내 튀어나온 고무를 깎아내신다. 이후에 이리저리 둘러보시더니 구두를 들고 밖을 나가신다. 나가서 기계에 대고 말끔하게 갈아서 들어오신다. 이후에 칠을 하고 이리저리 돌려보시고, 구두약을 칠하기도 하고, 다시 돌려보시고, 수평을 맞춰보시고, 연신 돌려보신다.
구두를 나란히 놓으시길래 아, 이제 끝났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한짝씩 손에 끼우시더니 광을 내는 작업에 돌입하신다. 약간 색이 바랜 부분은 다시 칠을 하셔서 지우시고 살짝 깎인 부분에는 다시 칠을 하셔서 보정을 하신다. 내가 지켜보기를 약 20분여..
봉투에 신발을 넣고 활짝 웃으시면서 신발을 내주신다.
순간. 아~ 장인이시구나.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있는 수필중에 '방망이 깎던 노인'이란 윤오영님의 수필이 있다.
그 내용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그 수필이 생각이 났다. 나중에 누님께 여쭤보니 장애가 있으시지만 수선 솜씨는 최고라신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장인이 몇분이나 계실까.... 오랜만에 진정한 솜씨를 본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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