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일상다반사 2011. 12. 20. 09:33 Posted by 푸른도시


처음 전화기를 썼다기 보담은 통신으로 하도 많이 전화요금이 많이 나오니 어느날 집에 가보니 내방에 전화기가 놓여있다. 아버지 말쌈, 보증료는 내가 냈으니 전화요금은 니가 내라라는 말쌈.

전화선에 연결된 모뎀으로 내는 통신비만 20만원에 육박했으니 그러실만도 하다. 결국 아르바이트로 버는돈의 대부분은 전화요금 내는데 다 썼다.

그게 내 전화기의 시작이었다. 이후에 서울로 오게 되고 방을 구하게 되자 전화기부터 설치했다. 역시나 통신을 해야 하니깐 전화선이 중요한거다.

그리고 전화기에는 늘 집에 없다보니 자동응답기를 설치했다. 물론 그런다고 자동응답기에 음성을 남기는 사람은 당시 연애하던 우리 마나님밖에 없었다.

이후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핸드폰을 지급받고 유선전화기는 더더욱 안쓰게 되었고... 결혼하고도 거의 장식품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 전화기를 해지 하지 않고 둔 이유는 하나였다.

엄마가 그 전화로 전화를 하셨기 때문이다. 울 오마니는 특이하게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시지는 않는다. 이유는 밤에 10시에서 11시에 전화를 하시기 때문이다. 핸드폰은 어디있는지 모르지만 유선전화는 집에 들어왔는지 확인이 가능하시 때문이다.

어릴적 어머니와의 불화로 인해 서울로 도망치듯이 왔던 나는 이후에도 어머니와 신경전이 계속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화해를 한거였는데...나이 들어서는 이 전화를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떠나시고는 전화기를 쳐다볼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이제는 아무도 걸지 않는 전화. 밤이 깊어도 울리지 않는 전화.... 술 마시고 늦은 밤에는 내가 해지해버린 엄마 핸드폰 번호를 "없는 번호이오니..."를 확인하고서도 몇십번이나 걸어보고 아침에 깨어선 몇십통의 발신을 확인하고 다시 울곤 했다.

해가 지나면 괜찮아질거라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나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문득 생각날거라는 말도 생각난다. 하지만 그 문득 문득이 이토록 뼈가 사무치게 아플줄은 몰랐다.

엄마는 이제 안계신다는 사실은 가끔씩 가슴이 너무 아프게 한다. 그토록 말도 듣지 않고, 그토록 싸우기만 하고, 그토록 잘못한게 많건만.....

오늘따라 전화가 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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