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

일상다반사 2020. 6. 30. 16:30 Posted by 푸른도시

근 10여년째 써오던 면도기가 드디어 맛이갔다.

솔직히 맛이 간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배터리가 맛이 가서 1분을 채 면도를 못했었다. 죽자고 충전을 시켜놓으면 겨우 겨우 1분은 면도를 할 수 있었지만 귀찮아서라도 그냥 쓰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수염을 뜯어 먹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명을 달리하시고 말았다.

면도기를 가만히 쳐다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사실 이 면도기는 아버지 한테 보내드렸던거다. 아버지는 면도기가 고장이 났다고 다른 면도기를 몇번이나 요구를 하셨고, 그때마다 보내드린 면도기가 맘에 안드시면 새로 사서 보내곤했다.

저 면도기도 그때 보내드려서 안쓰시는것중에 하나를 내가 가져와서 쓰기 시작한거다.

사실상 면도기가 맘에 안드셔서 퇴짜를 놓으신건 당연했으리라. 당시 먹고 살기 바빠서 아버지가 보내달라실때마다 싸구려만 보내드렸으니 맘에 안드셨을거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쫌팽이 짓을 했나 모르겠다.

달러빚을 내서라도 좋은걸 사드렸었어야 하는데.....

아부지,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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