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지나가다풍경 2010. 6. 22. 02:07 Posted by 푸른도시
우리 아버지는 36년 쥐띠시다. 어머니는 범띠셨고.
띠별 차이 때문인지 아버지는 늘상 말씀이 없으시고 조용하신 편이었고, 어머니의 호통소리는 컸다.


젊으실적 고생하신거는 당연하고, 아들하나 보겠다고 마음졸이시다가 막내로 나를 얻으셨다. 어머니는 절에 불공까지 다니시면서 힘들게 얻으셨다면서 늘 이야기 하셨고, 내가 태어나던날 할머니는 시골에서 밭일을 내팽게치고 뛰어오셨단다.

아버지는 젊으실적 큰 수술을 하시면서 몸이 안좋아지셨고, 덕분에 아버지가 드신다면 명목하에 늘 과일을 먹을 수 있었다.



이후 40대에 드셔서 다니시던 회사를 좀 안좋게 나오시게 되셨고, 개인 사업으로 일어나셨다. 하지만 절친했던 친구의 배신으로 빛보증을 전부 떠안으시게 되었고, 결국 우리집 하나 남기고 모든걸 처분하시게 되셨다. 아마도 이때 처음으로 뇌경색이 오셨던거 같다. 다시 큰 수술을 하시고 일어나셨지만 그때도 말이 많았다.



집안에 일도 많았지만 결혼을 한다고 하니 물끄러미 쳐다보시면서 잘 살수 있겠냐고 물어주셨고...

이후 서울에 직장 앞에를 찾아오셨다. 아들이 직장에 들어갔다고 하셔도 그러냐고 하시더니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는 불쑥 서울을 오셨다. 전화가 와서 수화기를 드니 회사앞이라고 하셔서 뛰어나갔고, 아버지는 먼산을 보시면서 그냥 서울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들렀노라고 하셨다. (거짓말이신줄 뻔히 알아요~ ㅎㅎ)

결혼전이었기에 마나님도 헐레벌떡 뛰어오고 차한잔을 드시고는 이내 일어나셨다.


마나님을 이뻐라 하시면서도 늘 챙겨주시곤 하셨는데, 70이 못되셔서 다시 뇌경색으로 누우셨다. 의사도 준비하라고 할 정도였으나 다시 일어나셨고, 하지만 몸을 가누시기도 힘드시며 말씀도 어눌하게 하시게 되셨다. 결국 아버지는 장애인 등급을 받으실 정도로 악화되신다. 하지만 어머니는 충분히 모실수 있다고 우리들보고는 괜찮다고 하셨고, 괜찮다고 하셨지만 원래 몸도 약하셨던지라 결국 어머니는 떠나시고 아버지 홀로 남으시게 되었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서로 부여잡고 대성통곡을 하였지만 아무리 아들이라지만 짝을 잃은 아버지만 하랴...... 내려갈때마다 정관 추모공원 납골당에 어머니 보러가자고 하시고, 모시고 가면 앉아서 사진을 쳐다보고 하염없이 우신다....
 
아버지는 방에 어머니 사진을 두고 계신다. 치울까요 물어보면 놔두라고만 하시고....
낮에는 가족사진을 위에다 덮어 놓으시지만, 밤에는 항상 어머니 사진이 앞으로 나와 있는걸 안다.


아버지 어머니는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 일본은 물론이요 유럽, 호주, 러시아등등 안가보신곳이 없다. 그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또 울었다. 두분은 항상 손을 꼬옥 잡고 계시던가 나란히 껴안고 계셨다. 이제까지 몰랐었다. 70년대 사진이나 90년대 사진이나 두분은 변함이 없으셨다. 이제까지 두분이 정겹게 앉아 있으셨었다는걸 깨닫지 못했다는게......

두분은 자식들이 들을까봐 싸우실때도 방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밖으로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게 하시곤 했었다. 

몸이 안좋으신 아버지는 그래도 꼬박 꼬박 산책을 나가신다. 집 근처에는 성지곡 수원지라고 수원지가 있고 산책로가 잘되어있다.

제사에 가서 시간도 남기에 아버지와 같이 산책로를 올라갔다. 아버지의 말씀은 사실 40% 정도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때문에 맞장구를 쳐드리기는 하지만 이후에 곰곰히 생각해서 풀이를 해야만 이해가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책을 가시면서 계속 설명을 해주신다. 어머니와 같이 산책을 가시면 여기서 쉬고, 저기서 커피를 마시고, 여기서 약수를 드시고...... 계속 되는 설명에 아버지께는 방긋 웃으면서 그러시냐고 대답을 하고선 먼저 걸어가시는 등뒤에서 소리죽여 울었다.

모든걸 정리하고 일요일 올라올때 몸아프신 아버지를 두고 오는것이 너무 가슴 아파서 인사도 제대로 하는둥 마는둥 뛰쳐나왔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어떤걸 표현하는지가 절실히 다가왔다.


아버지... 많이는 안바랄께요,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조금만 더 계셔 주세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서두르지 마시고, 아들이랑, 딸이랑, 며느리랑, 사위랑, 손주들이랑... 조금만 더 제게들 곁에 계셔 주세요. 엄마처럼 말없이 떠나시진 말아주세요......

엄마가 보고싶으시면 나중에 또 갑시다. 제가 정관에 모시고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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