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합을 정리하다 오래전 추억이 보였다. IBM 재직시절 옷에 달고 다니라던 회사 뱃지. 당시 근무할때는 정장이 기본이었다. 무늬가 있어도 안되고, 단일색 검정이나 짙은 청색 게열이어야 하고, 구두도 통일해야 하고.. 이때 구두는 끈이 없으면 아웃이었다.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사장님하고 마주쳤다가 야단 맞았었지.
그래도 나름 대기업이란곳에서 한 10년 굴러먹었었다. 당시에는 적어도 IT 업계에서 한 인물을 하겠다는둥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갑자기 이게 왜 튀어나온거냐면 마나님이 지금하는 가게가 그래도 한국에서 대기업이라 불리는곳이 운영하는곳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는 위치가 되었다. 이때 마나님이 최근 힘들어하시는것중에 하나가 대기업이라는곳은 다 그러냐는거다. 엄청난 갑질에 남을 무시하는 태도에, 협력 따위는 하지 않는 일상들에 힘이 들다는것이다.
한국에서 대기업이란곳은 내가 경험해본바로는 다 그렇다. 일때문에 내노라하는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방문을 해보았다. 장비를 납품하기도 했었고, 같이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 그러면서도 느낀점은 엄청난 갑질들과 사람들의 태도였다.
물론 대기업이라는곳에서 일하는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소위 우리나라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의 집단이며, 그 집단에서 근무한다는것으로 자부심을 가지는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볼때는 그 자부심 보다 앞서 말한 '엘리트 집단'이라는 논리에 더 지배를 당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어떤 성향이었느냐면, 남을 깔보는건 기본이요, 타업체, 즉 협력 업체등은 다들 자신들의 밑으로 보는게 본 바탕에 깔려 있었다. 때문에 말로는 안하지만 먼 이야기를 할때 콧방귀 끼는게 티가 날 정도였고, 이야기를 잘 안든는다. 이게 신입사원들은 안그러는데, 어느정도 년차가 되면 이런 조직 문화가 몸에 배는것 같았다.
내가 앞에 IBM 재직할때에도 느낀거지만 그렇게 큰소리치던 한국의 대기업은 외국에 나가면 별로 안알아줬다. 지금이야 한국이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한국의 기업은 외국의 기업에 비하면 그렇게 큰 기업도 아니었던거다. 삼성에 댕긴다고 뻐기는걸 보면 IBM에 다니는 우리는? 하면서 우리끼리 웃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서야 더 유명한게 당연한거다. 결혼전에 처가에 제사겸 어르신들이 다 오시니 인사하러 오라고 해서 방문했을때였다. 어디에 근무하냐는 질문에 한국IBM에 근무합니다라고 하자, 장인께서 고개를 갸우뚱하시면서 무슨일을 하냐고 되물으셨다. 컴퓨터 관련일을 한다고 대답하자 그러냐고 답하셨다. 뭐, 잘 모르시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마나님의 큰 아버지께서는 대형 건설회사의 높은 직책이셨고, IBM에 대해서도 아셨다. 오, 거기에 다녀?라고 하시자 장인어르신도 괜찮은덴가 보다 하셨단다. 이처럼 어찌보면 IBM이란곳은 한국에서는 중소기업 취급 당하기 일쑤였다.
대기업에 다니고 거기서 일하는거에 자부심을 가지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자부심 이전에 모두 똑같은 회사원이라는걸 먼저 인정했으면 좋겠다. 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고 다 같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단지 대기업에 다닌다고 다른 회사를 무시하지 말았으면 하는거다. 니들보다 못해서 작은 회사에 다니는게 아니고, 이름없는 회사에 다니는게 아니다.
선배한테 좋은걸 배우는건 당연하지만 이처럼 다른 회사를 대기업이 아니란 이유로 하대하고 멸시하는 그런 못된 짓거리들은 안배웠으면 좋겠다.
뭐, 직업도 마찬가지것지만. 모든 직업은 소중한것이다. 잘나신 대기업에 다닌다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갑질을 일삼는 쓰레기는 되지 말자.
내도 댕기봤거등~ 우수 사원 뽑아서 미쿡 디즈니랜드 전세내서 놀게해주는 회사 뎅기봤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