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이 있다. 이쁘면 용서가 된다는 말. 뭘해도 이쁘면 일단 용서부터 하고 본다는것인가? 뭐 그럴지도....
좀 되었다. 한창 더울때 사무실이 당나라당 앞이고 여의도인지라 시위는 늘상 다반사였다. 길을 걷는데 아주머니가 전단을 하나 주신다. 웬만하면 전단은 다 받는게 버릇인지라 일단 받고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전단을 읽어 보았다. 바로 악기로 유명한 '콜트' 해직 철폐시위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이었다.
노동력이 싸다는 이유로 외국 공장으로 옮겨 버리고 국내 노동자는 부당해고를 하고선 나몰라라 하는곳이다. 내부 사정이 어쩌고 하면서 사유도 알려주지 않은채 길거리로 내몰았다. 처음 전단을 읽을때는 어떤생각이었는고 하면, 그래도 한쪽 이야기만 들어선 모른다. 적어도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뉴스에는 잘 나오지도 않았다. 가끔 신문 한 귀퉁이에 이야기가 나올까. 별로 심각하지 않는건가 생각했다. 몇달 뒤 콜트의 노조 위원장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지 송전탑에 올라가 시위를 벌렸다. 다시 눈길을 끌게 하여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이후에 다각도로 살펴본 결과 느낀점은? 역시 돈많은 쉐리들이 할짓이라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자기들 살 찌우기 위해서 돈 없고 빽없는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거다. 모든 죄는 노조측에다 뒤집어 씌우고. 뭐, 우리나라 같은곳이야 뭐 비일 비재 하지 않나? 정부는 돈 많은 넘들 편인거고....
사설이 좀 길었다.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야기는 다른거다. 작년말에는 아나운서의 파업이 있었다. 정부의 방송법 개정때문에 아나운서들이 들고 일어 난거다. 물론 그때도 여의도에서 영업을 나가면서 버스 정류장을 건너는 MBC의 스탭들을 보았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슨 일인지 알기에 '파이팅'을 외쳐 주기도 했다. 방송법 개정에 반대를 위해서 하는거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데, 그 다음날 부터 사람들이 대하는게 좀 거시기 하다.
아나운서들에 대한 사진과 기사는 널리고 넘쳤다. 누구 누구 아나운서는 이 추위에 고생한다면서 커피를 사주고 난리였다. 사진도 찍고 격려 한다면서 가서 포옹도 해주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그게 신문에도 대문짝 만하게도 나고 그랬다.
오늘 길에서 버려져 있던건지 어떤건지 콜트 관련 전단물을 또 보게 되었다. 왜 이제껏 그게 굴러다녔는지 모르겠다만은....
웬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아나운서들이 힘들지 않은건 아니다. 방송법에 대해서 반대하는 아나운서들을 뭐라고 하는게 아니다. 왜 힘들게 살아온 우리네의 엄마 아버지들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고 비쥬얼들만 난무를 하는걸까? 그 절절한 목소리는 생계가 막막한데.....
웬지 그날은 내가 전단을 받을때 무성의하게 받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답답함은 더해만 가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