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

일상다반사 2006. 10. 30. 11:55 Posted by 푸른도시

절대 변치 않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은 책과 음반은 절대 빌려주지 않는다이다.
어릴적에는 가끔 빌려주기도 했는데, 그게 상응하는 댓가가 너무 많았다. 그 뒤에는 버릇이 바뀌어서 정작 내가 빌려주고 싶을 경우에는 그냥 줘 버린다. 내가 읽고, 들어서 좋은 책이나 음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로 많이 사본 음반의 경우에는 6번을 산적도 있다. 물론 동일한 음반이다. 내가 듣고 너무 좋아하는 곡일때, 다른 사람들도 좋다는 반응을 보여주면 계속 들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계속 주다보니 6장을 산것이다. 현재의 집사람도 그때의 음반을 다 갖고 있다.

본인도 그다지 나이를 많이 먹은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세대들이라고 불리는 주류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것은, 그 좋은 음반이나 책 모으는 재미를 모른다는것이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매장에서 CD나 음반을 사서 첫번째 비닐 포장을 뜯을때의 그 느낌을 정말 좋아한다. 이제부터 음악을 들을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개글들과 혹은 가사가 있는 경우 그 가사들을 음미해보는 그 순간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의 경우에는 음반을 잘 사지 않는다. 소위 디지털 세대라고 전부 MP3를 돌려서 듣고 불법으로 다운로드를 해서 듣는다. 왜 모으는 재미를 모를까?

거의 대부분이 만화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에는 천권이 넘는 책들로 싸여있다. 한권씩 두권씩 사서 모으는 재미는 쌓여가는것을 보는것만으로도 재미이다. 책이란 한권 읽고 마는것이 아니다. 두번 읽고, 세번 읽고, 심심할때 또 읽고, 외로울때 또 읽고 하는것이 책이다. 책을 넘겨가는 그 냄새를 좋아한다.

PDA다 뭐다 이상한 기기들을 많이 쓰는 본인을 보고 주변에서는 얼리어댑터다 뭐다라고들 하신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아직도 잊혀지지 못한 아날로그 세대일뿐이다. 퀴퀴한 책냄새에 파묻혀서 새로 사온 음반의 자켓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음짓고 싶어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 세대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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