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전 오늘, 아니 전날부터 하루종일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였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칠줄 알았다. 그러나 엄마를 찾는 애닯는 소리는 밤새도록 이어졌고, 하룻밤이 꼬박 지났는데도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더욱이 비도 살짝 내린터라 새벽녘에는 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아마도 기운이 빠진거 같았다.
마나님이 새벽에 결국 일어나시더니 먼저 깨나서 앉아 있는 나한테 도저히 안되겠다고, 그냥 데려오자고 하셨다. 결국 내려가서 보니 밤에 보이지 않던 아이는 출입구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갸날픈 소리로 울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다른쪽을 보니 한마리가 더 있는거다. 그 놈은 소리도 못내고 그냥 고개를 박고 있었다.
200그램 정도라 두마리가 다 내손위에 올라온다. 그렇게 두마리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밤새 떨어서인지 많이 차가웠다. 부랴부랴 박스를 꺼내서 수건을 깔고 두마리를 뉘였다. 계속 낑낑 데는게 추운듯해서 핫팩을 꺼내서 바닥에 깔아주고 지켜봤다. 좀 따뜻해지니 좀 조용해졌다. 그리고 배가 고플까 싶어서 사료를 물에 개어서 먹이니 좀 먹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안정이 된듯하여 병원에 데리고 갔다. 상태가 괜찮은지 의사샘한테 여쭤봤더니 그닥 상태는 나쁘지 않고 배가 홀쪽한것이 먹지를 못해서 기운이 없는듯 하다고 환자용 유동식을 처방해주신다. 그리고 각종 영양제와 예방약을 챙겨주시고 그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동식에 약을 타서 먹였더니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다먹고 잠이 든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우째해야 하나 싶었다. 마트를 가서 몇가지 사다가 대충 자리를 만들었다.
도도가 떠나고 체리와 돌콩이 둘이나 있는데 여기에 아깽이까지? 결국 입양처를 모색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솔직히 체리가 더 오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콩이 혼자 남게 되는데... 라는 아련한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우리가 키우자는 결론에 봉착. 이름을 지어주었다. 처음 병원에 갔을때는 이름이 없어서 1호와 2호라고 등록을 했는데, 두리뭉실하게 잘 크라고 두리와 뭉실이로 이름을 지었다. 마나님은 괜시리 이름까지 지어줬는데 잘못되면 마음 아파서 어쩌냐고 반대를 하셨지만 나는 이름을 가져야 의미가 부여되니 더 잘 클거라고 바득바득 우겼다.
어린 아깽이들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조금 힘이 들었다. 먹이고, 씻기고, 배변을 유도해주고, 다시 그걸 반복. 아기들은 자주 배가 고파한다고 3시간 마다 한번씩 밥을 먹였다. 다행이랄까, 당시에 나는 갈비뼈 골절에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백수신세.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때문에 육아는 전부 내 차지.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애들의 눈빛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데려올때의 생기 없는 눈빛들이 점점 초롱 초롱해지면서 행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구조했을 당시 4주라 추정되었지만 뛰어 다닌다기 보담은 뽈뽈 거리는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들이었기에 박스안에 넣어놨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박스를 뛰어넘기 시작. 안 보이면 어떻게 할수가 없을듯 해서 마트에서 칸막이를 사다가 구역 우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한칸 높이였지만 며칠 지나면 또 뛰어넘는게 보여서 두칸으로 높이고, 세칸으로 높인걸 뛰어넘을때 내가 마나님을 만류했다. 인제 포기하자. 재들은 이제 범접할 수 없는 들토끼 수준이다. 우리가 포기해야 한다.
결국 우리를 없애고 체리와 돌콩이와 합사를 하게 되었다. 체리와 돌콩이는 우리 안에 있던 아기들을 봐와서 인지 그닥 경계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체리는 귀찮아했고, 돌콩이는 신기했는지 아기들을 계속 큰 덩치로 장난을 걸어댔다.
문제는 돌콩이때는 몰랐는데 둘이나 되니 병원비가 장난이 아니더라는거다. 예방접종을 계속 다닐때도 느꼈지만 두배로 깨진다는게 그렇게 타격이 클줄 몰랐다. 특히나 중성화를 하는데 둘을 동시에 하는게 차라리 낫다고 하셔서 둘을 모두 한꺼번에 했지만 몫돈이 날라갔다. 당시 장비를 하나 구해서 꾸며볼까 해서 모아논 돈이 있었는데 마나님은 그런 이상한데 쓸바에는 애들 수술비로 쓰라는 엄명이 있으셔서 눈물을 머금고 수술비로 쾌척하였다.
어느덧 1년이 흐른 지금, 두리는 엄청난 식탐에도 불구하고 살찌지 않고 늘씬한 체형을 자랑하는 까칠냥으로 자랐고 뭉실이는 무럭 무럭 자라서 형인 돌콩이의 몸무게를 넘어섰다.
처음에는 두리가 무사하지 못할까 걱정했었다. 뭉실이는 밥도 잘먹고 기운이 넘쳤지만 두리는 안쓰러울정도로 힘이 없었다. 걱정을 뒤로 하고 지금은 깡패가 되었지만 너무 오냐 오냐 키운건가?
하여간, 무사히 살아 남은 아이들은 오늘도 무럭 무럭 크고 있다. 기쁘다.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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