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비디오 대여점

일상다반사 2023. 1. 30. 10:46 Posted by 푸른도시

인제 낫살먹고 할일이 없으니 오래전 추억이나 뒤져보는 이제는 시리즈. ㅋㅋㅋㅋ

요즘이야 OTT로 다 망해버렸지만 한때는 비디오 대여점이 즐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는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이었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보는디.. 한때 비디오 대여점을 타의로 운영하게 된적이 있었다. 여차저차 한 2년간 운영했던것 같다. 학교 다닐때였으니 저녁에 가서 교대하고 밤새 열어두곤했으니...

일과는 대충 이랬다. 

아침에 문을 열고 청소를 하기전에 도매점에서 배달이 온다. 그러면 대충 팔릴만한 테이프를 주욱 훑어보고 4~5개를 입고 시킨다. 이때 선별 기준은 대작은 무조건이며, 기타 그런대로 팔릴만한걸로 추려낸다. 이미 유명한 작품은 제껴놓고 뭔지 모르는 영화는 일단 재생해본다. 2배속으로 틀어놓고 청소를 시작한다. 대걸레질을 하면서 대충 지켜보면 팔릴만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점심때 쯤 되면 도매점이 다시온다. 팔릴만한건 몇개 더 달라고 그러고 아닌듯 한건 반품을 한다. 그러면 그날 오후 장사는 시작이다. 사실 하루종일 열어놓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만 오전이나 낮에는 애들아니면 반납 하러 들르시는 아줌마들 상대로 하기 때문에 그닥 바쁘지는 않다. 저녁 퇴근 시간대 쯤 되면 인제 난리가 난다. 밀려드는 사람들, 문의하는 사람들, 술한잔 걸친 분들... 정신 없다.

밤에는 한 11시쯤 문을 닫았기에 그 때쯤 되면 매상 정리하고 가게문을 닫는다. 그땐 마지막 전철을 타고 집에 종종 오곤 했다.

문의하는 사람들은 별별 사람들이 많았다. 전에 본 영화의 감독이 정말 재밌던데 다른건 없냐면 그거도 찾아줘야 하고, 기억은 잘 안나지만 무슨 장면이 있는데 그거 어떤거냐고 묻기도 하고.. 사실 그 때 그 매장에서 에로영화랑 홍콩 무협 시리즈 빼고는 전부 다 봤다. 지금 내가 영화 지식이 쌓인건 그 때의 축적물일듯. 나중에야 대여 프로그램이 발전해서 감독 이름 넣으면 주욱 나오고 했지만 당시에는 그런거 없었다. 걍 내 기억으로 모든걸 이야기했다.

기억에 남는 손님은 한 아줌마였는데, 폭력장면이 없고, 교훈을 줄 수 있으며,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거였다. 그때 생각난게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다음날 아줌마는 정말 괜찮더라면서 연발을 했고, 다른 추천작을 달라기에 디즈니 시리즈를 줬었다. 단골 +1 되었었다.

또 기억이 나는건, 당시 천장지구가 개봉하고 좀 지났을때였는데.. 이게 비디오로 나온거다. 여고생들이 몰려들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4개나 팔았다. 당시에는 일반인은 대여용 비디오 테이프를 살 수 없었다. 파는곳도 없었고, 판매도 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어느날 여고생 한명이 사정 사정 하길래 하나를 도매가에서 얼마 얹어서 판매해줬다. 당시 잘나가던 테이프는 만 구천원대인가? 그렇게 받았는데, 2만 5천원에 판매를 했던거 같다. 당시에는 그 돈이면 꽤 큰거다. 하지만 사간 여고생의 자랑이었던지 다른 학생이 와서 또 사정을 했고, 그걸 반복하다보니 4개나 팔았다. 

여러가지 재밌는 추억도 있긴했지만 이 비디오 대여점의 경험은 사실 좋은게 아니었다.

아픈 누나가 운영을 못해서 대신 해준다는게 하루 이틀 어쩌고 해서 몇년이 된거고.. 어떤 노무 쉬키는 저녁에 와서 매상을 긁어서 도박장을 댕겻으니... 뭐... 그랬다는 거다.

벌써 30년도 더 된 기억이다...... 가물 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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